오랜 회사생활에 지쳐 유럽여행을 떠나려던 회사원 김모씨(29세, 여)는 두 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첫째가 시간이고 둘째가 돈이다. 회사를 잠시 쉬는 것으로 시간은 해결했지만, 교통비와 숙박비를 계산하니 한숨부터 나온다. 게다가 모텔이나 호텔, 보통의 게스트 하우스는 모두 외국어가 돼야 하는데 영어라곤 영화 볼 때를 제외하면 들어본 일도 없다. 이럴 때는 한국어가 가능한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박시설을 찾게 되기 마련이다. 여행자는 보통 인터넷을 통해 직접 예약하거나 포탈 사이트의 카페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또는 최근 유행하는 소셜숙박 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한다.
소셜숙박 사이트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게스트 하우스, 저가호텔, 민박 등을 사용자와 이어주는 플랫폼을 말한다. 2008년 런칭한 AirBnB가 대표적인 사이트로 현재까지 회원 5천만명, 누적예약 500만 건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독일에 기반을 둔 IT 벤처캐피탈인 로켓인터넷이 그루폰에 투자를 통해 소셜숙박 사이트인 윔두(Wimdu)를 런칭했다. 세계 전역에 깔린 그루폰의 지사를 통해 나라별로 윔두를 확장하고 있으며 얼마 전 윔두코리아도 런칭시켰다.
여담이지만 로켓인터넷은 엄청난 자본을 무기로 벤처업계를 약탈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이미 성공한 인터넷서비스를 그대로 벤치마킹해 이름만 바꿔 내놓는 방식으로 60여 개 국가에서 40여 개 종류의 IT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윔두코리아 등 1년 6개월 만에 이미 5개사를 설립한 상태다.
AirBnB의 시작은 매우 단순했다. 실리콘 벨리에 머물던 젊은 기술자 세 명이 전시회만 되면 숙박시설이 모자란 것에 착안해 자신들의 집을 게스트 하우스로 내놓았다. 처음엔 월세나 건져볼까 하고 시작한 일로 홈페이지를 만드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 단순한 아이디어는 결국 입소문과 기회를 타고 계속된 투자를 받아 페이스북 이후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사업이 됐다.
소셜숙박이 미국에서 먼저 성공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한국과는 전혀 다른 주거 문화 덕분이다. 집을 소유하기보단 빌려 살고 짐도 옷가방 몇 개로 간단한 외국인들은 ‘게스트 하우스’ ‘민박’이라는 개념에 익숙하다. 다른 하나는 바로 2008년 닥친 금융위기 때문이다. 모기지를 감당할 수 없던 집주인들이 월세보다 짭짤한 숙박업에 너도나도 뛰어든 것이다. AirBnB에 등록된 방의 수가 뉴욕의 호텔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에 위기를 느낀 뉴욕의 호텔 업계는 강력한 로비를 통해 뉴욕市의 법을 바꾸기까지 했다. 하지만, 市 입장에서는 모기지 문제로 고스트하우스로 남을뻔한 집으로 수익을 거둬 은행이 살찌고 세금도 거둘 수 있으니 강력한 제제를 취하지 않고 있다.
게스트 하우스나 민박이라고 하면 큰 방에 침대 몇 개 놓고 여행객이 다 같이 머무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소셜숙박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숙박시설은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오피스텔을 통째로 빌릴 수 있는 건 물론이고 현지인이 쓰지 않는 별장까지 숙박이 가능하다. 장기여행이나 비즈니스로 출장을 가는 주인장이 집을 빌려주기도 한다.
현지인이 살고 있는 집을 빌려 살 수 있으니 비용은 호텔보다 싸면서 현지인의 생활과 문화를 그대로 느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호텔이나 모텔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크게 다를 것이 없어 위치도 대부분 도심지에 있어 금세 질리기 마련이다. 소셜숙박을 이용하는 많은 여행객들과 비즈니스맨들은 그 나라, 그 동네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재미와 집처럼 편안한 환경에 매료 되 계속해서 소셜숙박을 이용한다.
한국에서도 윔두코리아를 제외하고 ‘북메이트’ 등 세 개 정도의 사이트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의 장점은 한국어로 서비스를 해서 초보자라도 이동이 쉽고 고객서비스가 편리하다는 것. 특히 ‘북메이트’는 세계 주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한인 혹은 주인장이 한국어가 가능한 숙박시설만 선정해 우선 서비스하고 있다. 영어울렁증이 있고 현지에서도 편안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사용을 고려해 볼만 하다. 그 외 사이트들도 대부분 자세한 숙박시설 정보와 후기를 볼 수 있어 선택에 어려움이 없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사이트에 예약금을 100% 걸고 현지에서 서비스를 사용하면 된다. AirBnB는 사용자에게서 7%, 업체에서 3%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그 외의 서비스들도 비슷하다. 단, 북메이트만 예약금 30%를 우선 걸고 현지 업체에서 70%를 마저 결제하는 방식이다. 예약 내용과 실제 서비스가 다를 경우 여행객의 낭패를 당할 가능성이 적고 환불도 쉽다. 후발주자다 보니 표준화된 정책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소셜숙박 업계가 커지면서 사건 사고도 많아지고 있다. 광고와 서비스 내용이 다른 경우도 있고, 반대로 주인이 없는 집에 집기를 손님이 싹 가지고 도망간 경우도 있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AirBnB는 도난품과 파손 등에 대해 주인장에게 최대 5만 달러의 보상을 하는 것으로 약관을 변경했고, 서비스 내용이 다를 경우의 보상책도 강화했다. 타 사이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해외 사이트의 경우 고객 서비스가 형편 없는 경우가 많아서 불만이 쌓이기 마련인데다 생긴지 얼마 안 된 서비스이다 보니 관계 법령도 미흡한 탓이다.
미국에만 연 평균 10만 명 이상의 유학생을 보내는 한국은 동시에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 동안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 외에 다른 숙박 시설을 생각 해 보지 못했다면 소셜숙박을 이용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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